꽃집아저씨
오늘 봄날에 꽃샘 추윈가?
찬바람까지 불면서
어찌 되었 건,
두 끝, 장 날입니다.
봄이되면 장에가서 할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봄 맛 보러
나물을 사는 것도 아니고
꽃개나 낚지를 사는 것도 아닙니다.
질 좋은 묘목을 보러 갑니다.
못보던 복숭아 묘목이 있었어요.
흔한 게 아니고
꽃복숭아죠.
열매는 돌배처럼 작아서 먹진 못해요.
꽃만 피우는거죠.
꽃만 피우도록 유전적 변의를 시켰어요.
치자도 열매치자, 꽃치자가 있드시
고로 이 녀석은 아마도 충이 없을 겁니다.
과실이 없으니 내시나 같은데
벌레라고 좋아하겠어요?
그리고 다음 묘목점으로 발 길을 돌립니다.
이 곳 묘목파는 아저씬 정말 신기한 사람입니다.
늘 성질만 부리는 고약한 사람이죠.
어떤 사람에게나 화를 내 듯 얘기해요.
좋게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심지어는 가만있어도 인상을 쓰고 있어요.
^아저씨ㅡ블랙베리 있나요?^
퉁명스럽고 보지도 않아요.
^여기요-^
입으로 가르치죠.별 꼴입니다.
^복분자라고 쓰여있는데요?^
^블랙베리는 미국 말이고 복분자는 우리 말입니다
다마네기는 일본 말, 양파는 우리 말 하드시^
독도는 우리 땅, 다께시마도 우리 땅.
맞나 모르겠네ㅡㅋ
제가 아는 바와 다른데ㅡ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잠시 헛 갈렸죠.
뭐ㅡ이거나 저거나 어떤 걸 골라도
크게 상관이 없으니까
구입하려고 살폈더니.
대뜸한다는 소리ㅡ
^손대지 마시요(no touch) ㅡ^
갑자기 험상궂은 얼굴로 변했습니다.
^이거야 원, 고르고 있잖아요ㅡ^
안보는 줄 알았더니
다른 묘목을 팔면서 곁 눈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순이 떨어지면 안돼요ㅡ
고르면 제가 뽑아 드리죠.^
집에와서 보니 순도 없었어요.
고쳐서 옮기니 이정도입니다.
그 분의 실제 말은 상당히 난해했어요.
다마내기 우리말, 양파 일본 말등,
바꿔 얘기하고ㅡ
어이가 없어서 말을 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게 감정이 있습니까?
왜 그러시는데요?
그리고 그 말투가 뭡니까?
보기좋게 웃으면서
얘기하면 누가 잡아가요?
돌아가신 분이 있습니까?^
그때 곁에서 장사하며 지켜보던 한 아지메 왈,
제가 그 분을 모른다 생각하신거죠.
^성질머리가 원래 그래요ㅡ^
이해하라는 조로 얘기를 하더군요.
그렇다고 제가 화를 낸 건 아닙니다.
이미 성품을 잘 아는터니까요.
재밋자고 거들며 한바탕 너스레를 떤 겁니다.
어닳고 아닳데 그 분이 모르겠어요?
갑자기 소리없이 미소를 짓더군요.
묘목을 다른 이에게 팔다두고
나를 보면서 말입니다.
제가 웃기는 재주가 있었네요.
암석을 목석으로 만들었으니.
^웃는 얼굴로 얘기하니까 얼마나 예쁘요.?
고객님ㅡ손대면 복분자가 아파합니다.
라고 얘기해야죠ㅡ
6개 묘목이었습니다.
^ 이거 모두 사가려는데 다른데로 가야겠네.
같은 물건인데 불편하게 살 이유가 없지.
그러면 되겠어요?
좋은 말 고운 말 다 두고?^
아무리 그렇게 해도
이따위 협박따위에 넘어갈 위인이 아닙니다.
^그냥 가셔도 돼요ㅡ^
두 말이 필요없어요.
똥고집이 쎄거든요.
^저런저런 자존심하고는?^
다시 미소를 짓더군요.
근방의 모든 상인 아주머니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마디씩ㅡ
참견하며 저를 거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은 곁으로 오지는 않았고
내게 얘기하 듯 모션만 취했습니다.
그 분을 잘 알아서죠.
잘못하면 싸움이 일어나니까.
^원래 성질머리가 그런단 말이요ㅡ^
^그래도 그러면 쓸 것이요ㅡ^
^맨날 찌뿌리고 있당께ㅡ^
^죽어도 안돼야ㅡ^
말속에 다들 불만이 가득했어요.
아저씨께 악수를 청했더니 냉큼 응하더군요.
역사상 처음 아닐까요?
많은 세월을 비툴면서 살아왔던
그 삶이 고착 후, 체질화 되어
좋은지 아닌지도 모르며
그렇게 인생을 살아 온 분 같습니다.
그래도 좋게 풀려고하는
제 마음을 왜 모르겠어요.
아니라해도
웃는 사람 얼굴에 침 받겠습니까?
만면이 미소가 번지고
순간 쭈글쭈글했던 얼굴에
꽃이 피어나고 있었어요.
그는 인생에 몇 번 하지도 않았던
어렵기만한 웃음을
그것도 두 세 차례씩이나
세상에 표현했으니까요.
아마 모든 사람에게 사죄하 듯,
그런 심정이었을 겁니다.
삼거리 쪽, 지나다 보면
장날 그 자리에 그 분은
늘 그런 모습이었어요.
다음에 다시보면 또 그런 모습일 겁니다.
그러나 최소한 오늘 일이
추억이 될 것이고
그게 세삼 떠오를 때,
타인을 대하는 자신의 그릇 된 모습도
떠 올리고야 말 것입니다.
사람은 각자 살아가는 모습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렇다고 그릇 된 행동을 가지고
살자는 생각은 모두가 안합니다.
그것은 선이 앞서기 때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