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꽃집아저씨

사누리 2019. 3. 22. 18:57

 

 

 

 

 

오늘 봄날에 꽃샘 추윈가?

찬바람까지 불면서

어찌 되었 건,

두 끝, 장 날입니다.

봄이되면 장에가서 할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봄 맛 보러

나물을 사는 것도 아니고

꽃개나 낚지를 사는 것도 아닙니다.

질 좋은 묘목을 보러 갑니다.

못보던 복숭아 묘목이 있었어요.

흔한 게 아니고

꽃복숭아죠.

열매는 돌배처럼 작아서 먹진 못해요.

꽃만 피우는거죠.

꽃만 피우도록 유전적 변의를 시켰어요.

치자도 열매치자, 꽃치자가 있드시

고로 이 녀석은 아마도 충이 없을 겁니다.

과실이 없으니 내시나 같은데

벌레라고 좋아하겠어요?

그리고 다음 묘목점으로 발 길을 돌립니다.

이 곳 묘목파는 아저씬 정말 신기한 사람입니다.

늘 성질만 부리는 고약한 사람이죠.

어떤 사람에게나 화를 내 듯 얘기해요.

좋게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심지어는 가만있어도 인상을 쓰고 있어요.

^아저씨ㅡ블랙베리 있나요?^

퉁명스럽고 보지도 않아요.

^여기요-^

입으로 가르치죠.별 꼴입니다.

^복분자라고 쓰여있는데요?^

^블랙베리는 미국 말이고 복분자는 우리 말입니다

다마네기는 일본 말, 양파는 우리 말 하드시^

독도는 우리 땅, 다께시마도 우리 땅.

맞나 모르겠네ㅡㅋ

제가 아는 바와 다른데ㅡ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잠시 헛 갈렸죠.

뭐ㅡ이거나 저거나 어떤 걸 골라도

크게 상관이 없으니까

구입하려고 살폈더니.

대뜸한다는 소리ㅡ

^손대지 마시요(no touch) ㅡ^

갑자기 험상궂은 얼굴로 변했습니다.

^이거야 원, 고르고 있잖아요ㅡ^

안보는 줄 알았더니

다른 묘목을 팔면서 곁 눈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순이 떨어지면 안돼요ㅡ

고르면 제가 뽑아 드리죠.^

집에와서 보니 순도 없었어요.

고쳐서 옮기니 이정도입니다.

그 분의 실제 말은 상당히 난해했어요.

다마내기 우리말, 양파 일본 말등,

바꿔 얘기하고ㅡ

어이가 없어서 말을 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게 감정이 있습니까?

왜 그러시는데요?

그리고 그 말투가 뭡니까?

보기좋게 웃으면서

얘기하면 누가 잡아가요?

돌아가신 분이 있습니까?^

그때 곁에서 장사하며 지켜보던 한 아지메 왈,

제가 그 분을 모른다 생각하신거죠.

^성질머리가 원래 그래요ㅡ^

이해하라는 조로 얘기를 하더군요.

그렇다고 제가 화를 낸 건 아닙니다.

이미 성품을 잘 아는터니까요.

재밋자고 거들며 한바탕 너스레를 떤 겁니다.

어닳고 아닳데 그 분이 모르겠어요?

갑자기 소리없이 미소를 짓더군요.

묘목을 다른 이에게 팔다두고

나를 보면서 말입니다.

제가 웃기는 재주가 있었네요.

암석을 목석으로 만들었으니.

^웃는 얼굴로 얘기하니까 얼마나 예쁘요.?

고객님ㅡ손대면 복분자가 아파합니다.

라고 얘기해야죠ㅡ

6개 묘목이었습니다.

^ 이거 모두 사가려는데 다른데로 가야겠네.

같은 물건인데 불편하게 살 이유가 없지.

그러면 되겠어요?

좋은 말 고운 말 다 두고?^

아무리 그렇게 해도

이따위 협박따위에 넘어갈 위인이 아닙니다.

^그냥 가셔도 돼요ㅡ^

두 말이 필요없어요.

똥고집이 쎄거든요.

^저런저런 자존심하고는?^

다시 미소를 짓더군요.

근방의 모든 상인 아주머니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마디씩ㅡ

참견하며 저를 거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은 곁으로 오지는 않았고

내게 얘기하 듯 모션만 취했습니다.

그 분을 잘 알아서죠.

잘못하면 싸움이 일어나니까.

^원래 성질머리가 그런단 말이요ㅡ^

^그래도 그러면 쓸 것이요ㅡ^

^맨날 찌뿌리고 있당께ㅡ^

^죽어도 안돼야ㅡ^

말속에 다들 불만이 가득했어요.

아저씨께 악수를 청했더니 냉큼 응하더군요.

역사상 처음 아닐까요?

많은 세월을 비툴면서 살아왔던

그 삶이 고착 후, 체질화 되어

좋은지 아닌지도 모르며

그렇게 인생을 살아 온 분 같습니다.

그래도 좋게 풀려고하는

제 마음을 왜 모르겠어요.

아니라해도

웃는 사람 얼굴에 침 받겠습니까?

만면이 미소가 번지고

순간 쭈글쭈글했던 얼굴에

꽃이 피어나고 있었어요.

그는 인생에 몇 번 하지도 않았던

어렵기만한 웃음을

그것도 두 세 차례씩이나

세상에 표현했으니까요.

아마 모든 사람에게 사죄하 듯,

그런 심정이었을 겁니다.

삼거리 쪽, 지나다 보면

장날 그 자리에 그 분은

늘 그런 모습이었어요.

다음에 다시보면 또 그런 모습일 겁니다.

그러나 최소한 오늘 일이

추억이 될 것이고

그게 세삼 떠오를 때,

타인을 대하는 자신의 그릇 된 모습도

떠 올리고야 말 것입니다.

사람은 각자 살아가는 모습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렇다고 그릇 된 행동을 가지고

살자는 생각은 모두가 안합니다.

그것은 선이 앞서기 때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