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인이라는 것

사누리 2019. 4. 28. 17:41

 

 

 

 

 

 

 

<건강은 좋은신지요?>

담 하나 두고 대화가 오갔습니다.

<예... 집에 계신가요?

무릅이 많이 아프고

지난해엔 심장수술까지 했답니다..>

<아...예......

나이가 들면 무릅도 아프긴합니다만

더 많이 힘드신 모양입니다...>

모처럼 안부를 전하는 저를 보자

마침 대화상대가 생겼다고 느끼셨는지

하던 일을 멈추고

마루에 걸터 앉았습니다.

<쇠를 박았는데 다시 아프네요.>

<연세는 70대 이시죠?>

<아니요.. 81세 입니다....>

요즘의 나이라니...도통....

80대인데

70대로 보였던 겁니다.

<지금도 마을회관에서 밥을 하시고 계시나요?>

갑자기 심난한 표정을 지으며

먼 하늘을 바라 보셨습니다.

<요즘은 가끔 짜증이 나려고 해요.>

저런 표정은 처음이었습니다.

<왜 아니겠어요...나이도 나이고....>

우선 고령이시니까요....

<그것도 그렇지만 게 중엔 힘든이가 있더군요...>

<그럼요.. 어느 단체나 반드시 있다고 봐야합니다.

가능한 안할 수만 있다면 안하셔야할 겁니다...

우선 나이가 고령이니까요....>

<그전에 수고료를 안받을 땐, 그렇지 않았어요.

돈을 받으면서 그게 더 심해졌다 보지요...

한 달이면 구청으로부터 26만원씩 받아요.>

<생활비가 부족해서 그러시는 거지요?>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설상가상...

정말 웃겨요....

한 달이면 10번으로 되어있거든요.

그런데 현실은 아녀요....

매일 와서 먹어요...

한 끼도 아니구요....

그렇다고 알아주는 것도 ...

오히려...

마치... 그 돈 받는다고....>

눈 아래 이슬이 스쳤습니다.

< 에구... 그래서 노년엔 돈이 필요한 거군요...>

체념한 듯, 자세를 바로 잡아 앉으시더군요...

<어떡해요... 이 집이라도 맡겨놓고 쓰다 죽어야지요.>

<요즘은 90대까지도 끄떡없어요....>

<그렇게 오래살아 뭐하게요...작은 연금이나마

받으면서 버티다 가야지요....>

돈벌이도 없고 있어도 갈 수도 없으니

어쩌겠느냐는 말씀이셨죠....

<얘들은 전혀 도움을 주지 않나요?>

한 숨을 크게 내쉬더니 말씀을 이어갔습니다.

<도움은 요? 제가 돕게 생겼는데요...

아직 40대 후반인 딸은 시집도 못간 체

아니 포기했지만 작은 사업을 하다 접고

아파 누워있고

아들녀석은 역시 일이 안풀려

놀고 있답니다.

며느리까지 병원신세구요.

그러고보니 큰아들이 죽은지

벌써 1년이 되어가네요....>

갑자기 제 가슴이 먹먹해져 왔습니다.

할머니가 무척 어려운 지경에 계시구나...

변변한 재산도 남기지 않고 작고하신

남편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만

님에 대해 몇 차례 언급을 하긴 했지만

그를 논쟁의 대상으로 올려 놓진 않으셨습니다.

사고에 깊이가 있었죠.

사실, 전 그 분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최근에서야 서로간 말이 오가 어느정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럼요... 나이가 들면 일도 줄여야하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하셔야 합니다.

저희집에도 방문하시고 매사 즐겁게 보내세요...>

그 분과 저는 담하나 사이를 경계로

서로 바라보며 답답한 세상을 소통합니다.

그리고 명절 때면 작은 선물을 넘기며

이웃간의 끈끈한 정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죠...

가능한이면 할머니에게 조금더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물건으로 품목에 신경을 써 보내 드리는 것입니다.

그런 때면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주시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손수 경작해서 수확한 농산물이었습니다.

소주병에 담겨진 참기름이 그것이죠.

그리고 죽순이 나올때 쯤,

죽순도 품목의 하나구요.

안하셔도 된다고 매번 말씀을 드렸지만

한결같이 건네 주시고 있답니다.

<대파 파종은 하셨나요?>

<아뇨... 아직...>

한 줌을 봉투에 넣어 넘겨 주셨습니다.

어제 조금 더 그 분의 실정을 잘 알게 되었지만

내내 그 잔상은 몸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노인, 질환, 고독, 돈, 멸시,

<선생님... 저는 젊어서 마을을 위해

많은 일을 했습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고 자식들의 미래 안녕을

바라면서 묵묵히 했어요..

그런데 그게 모두 아니더라구요...

그 때나 지금이나 저도... 얘들도...

어렵게 살거든요....>

세상에 대한 원망이 묻어 났습니다.

<아직 때가 아닌 건 아닐까요...?

더 낳아지리라 생각합니다..

곧 그 날이 오겠죠.

일단은 자신을 위한 일에 관심을 갖으세요.

얘들이야 아직 젊으니 어떻해든 살아갈 겁니다.

편한 마음을 갖으시구요.>

이웃으로서 조금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 봐야 겠습니다.

언제 노인들이 걱정없는 노후를 맞으며

살 수 있을까요?

여러 나라 중 자살자도 1등이고

그 중 노인이 또한 최고라 합니다.

그들이 있어 오늘 날의 우리가 있는 것인데

우리는 이런 이웃을 잊고 있지나 않는지...

저 자신부터 반성하고 볼 일입니다.